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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수리재 이야기 2008. 9. 29. 13:12

    풀매기

     

    밭 일 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게

    풀매기다.

    호미들고 풀매다 보면

    풀도 살겠다고 뿌릴 잡는데

    그걸 뽑아내야하는 입장이

    좀 그렇다.

    그래도 곡식이 잘 되려면

    신경 안 쓰고 양분 뺏기지 않게

    보살펴 줘야 하니까

    풀을 매줘야 한다.

     

    조용히

    혼자서

    쏙쏙 잡초를 뽑을 때마다

    내 맘의 근심도 뽑히는 것 같다.

    어지러운 마음도

    깨끗해진 밭고랑처럼

    다듬어 진다.

     

    밭둑에 내던져진 풀더미와 호미

    그리고 흙이 가득 들어있는

    고무신과 이미 흙처럼 변한

    내 손과 발이

    하나처럼 느껴진다

     

   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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