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풀매기
밭 일 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게
풀매기다.
호미들고 풀매다 보면
풀도 살겠다고 뿌릴 잡는데
그걸 뽑아내야하는 입장이
좀 그렇다.
그래도 곡식이 잘 되려면
신경 안 쓰고 양분 뺏기지 않게
보살펴 줘야 하니까
풀을 매줘야 한다.
조용히
혼자서
쏙쏙 잡초를 뽑을 때마다
내 맘의 근심도 뽑히는 것 같다.
어지러운 마음도
깨끗해진 밭고랑처럼
다듬어 진다.
밭둑에 내던져진 풀더미와 호미
그리고 흙이 가득 들어있는
고무신과 이미 흙처럼 변한
내 손과 발이
하나처럼 느껴진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