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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2012 나의 텃밭에서
    사노라면 2012. 7. 25. 15:57

     

    5년만에 다시 해보는 텃밭 농사였다. 첫 파종으로 감자를 심고 상추 모종과 씨앗, 그리고 열무를 심었다.

    내 딴에는 열무김치를 좋아하시는 어머니께 담가드릴 요량으로 두 봉지의 씨앗을 심었으나

    한 달여가 되도록 싹이 트지 않았다. 아마도 산새들이 다 파먹은 모양이었다.

     

     

    사다리꼴의 내 밭, 수도가 가까운 곳을 골랐다. 줄이 그어진 데가 경계이다  5평이라고 한다.

     

     

    씨감자 4000원어치

     

     

    감자싹이 참 예쁘게도 잘 났다.

     

     

    세 달여가 지나 캤더니 이만큼 나왔다.

     

    작년에 어머니가 주신 대파씨는 그럭저럭 잘 나기는 했지만 비탈진 밭이라 물을 주면 흘러 내려가기

    일쑤였다. 이웃 텃밭지기들은 그렇게 하면 안돼요.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해요하며 알려주었지만

    가뭄에는 장사가 없었는지 잘 크질 않았다.

     

     

    상추 모종 열 개 먼저 크면 빨리 먹을 수 있을 까봐 심었는데 별로 그렇지도 못했다.

     

     

    상추 씨앗을 심고 비닐로 보온해 주었다.

     

     

    상추 색깔 누가 이런 고운 빛을 만들었을까?

     

     

    케일을 한 봉지나 심었는데 겨우 다섯 개가 났다. 고소한 케일에 벌레가 먼저 시식하는 중

     

     

    아욱과 시금치는 물도 잘 안주었다. 별로 좋아하는 채소가 아니라서였는지 아니면 대파와

    고추만 편애했는지 .... 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었다.

     

    올봄은 가뭄이 극심했다

    물주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. 물은 한번 주려면 흠뻑 줘야 한다는데 물을 한꺼번에 주면 흙 표면만

    적실 뿐 깊이 들어가질 않았다. 물을 주고 땅을 파 보면 마른 흙이 나왔다. 물을 잘 주려면 조금씩

    가랑비에 옷 젖 듯 천천히 오랫동안 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.

    물주기도 사랑이라서 그런가보다.

    그러나 더운 날씨에 한 두시간 머물다보면 몸은 지치고 힘이 빠져서 기진해졌다.

    그래서인지 텃밭에 갔다오면 몸살이 나곤 해서 식구들은 하지말라고 성화였다. 그러나 밭에서

    얻을 수 있는 것 중 더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.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다는 그것이다.

     

    그럭저럭 일주일에 두 번 씩 물을 줘서인지 상추, 오이, 가지, 고추 등을 수확하는 기쁨을 딸 수

    있었다. 뒤늦게 난 몇 그루 열무에 장다리꽃이 피었다. 어느 해 어머니가 보내준 푸성귀에 들어있던

    장다리꽃이었다.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대파는 싹이 돋을 때 까만 씨껍질을 쓰고 나오는데 그 모습이 베레모를 쓴 것 같아 재밌다. 

     

     

    남편이 좋아하는 청양고추와 가지 오이 토마토 등 자라고 있는 밭, 물을 준 직후라 젖어 있다.

     

     

    오이꽃 고운 새색시처럼

     

     

    고추는 물을 싫어하는 작물이라고 한다. 그러나 너무 가물어서 물을 줘야 했다. 보답하듯 제 구실을 하느라

    매달린 고추

     

     

    사람의 힘으론 만들수 없는 그것, 자연

     

     

    첫 수확의 기념사진 한장 남기고

     

     

    연한 가지는 참 맛있다. 야들야들한 살결에 보랏빛 특유의 맛 속살은 보드랍고....

     

    텃밭의 가장 화려한  멋쟁이 그러나 딸 시기를 놓치면 살은 터지고 흙에 뒹굴어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.

     

    감자는 심은 대로 잘 나긴 했는데 둑이 얇아서인지 엉성하다. 감자 이랑까지 물을

    주기가 버거워 냅뒀는데 나중 캘 무렵에는 저수지처럼 둑을 만들어놓고 물을 주어야 했다. 감자 줄기가

    시위라도 하듯 다 누워버렸기 때문이었다.

     

    7월이 시작되고 비가 내려 해갈을 시켜주었다.

    비가 오자 작물들은 정말 신기하게도 전혀 다른 모습,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있었다.

    잎사귀는 온 힘을 다해 활짝 펼쳐지고 싱싱한 초록빛은 금방 내 손을 물들일 것처럼 뚝뚝 떨어질 듯

    하였다. 시들시들하던 오이는 마디마다 노란 꽃을 달고 토마토의 별 닮은 꽃도 여기저기 터져오르고

    있다. 자연의 힘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순간이였다.

     

    지금 김장 채소를 심을 생각을 하게 하는 농사는 계절을 앞서가는 일이다.

    봄내 너무나도 힘들었던 내 몸을 생각하며 치료 열심히 받고 마음도 추수려서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

    가을 농사의 갈무리를 시작해야겠다.

     

   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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